산바실리오 흑인공동체는 콜롬비아 카리브 해 연안의 중심도시 카르타헤나(Cartagena de Indias)로부터 70킬로미터 남짓 떨어진 산악지역에 위치한 팔렝케다. 팔렝케는 도주한 흑인노예들이 밀림이나 늪지대 또는 깊은 계곡에 만들어 놓은 은신처를 뜻한다. 마을에 들어서면 쇠사슬로 손발이 묶인 채 자유를 외치며 절규하는 벵코스 비오호(Benkos Biojo)의 동상과 마주하게 된다. 그 뒤로 마을의 유일한 백인 바실리오 성인이 작은 성당 안에서 벵코스를 넌지시 바라보고 있다. 팔렝케 데 산바실리오는 1603년 벵꼬스 비오호 혹은 도밍고 비오호(Domingo Biojo)로 불리는 시마론(Cimarron)에 의해 건설됐다. 시마론은 안티야스 제도의 말로 자유를 찾아 날아가는 화살이란 뜻으로 도주한 흑인노예를 말한다. 독립 이후 라틴아메리카 대부분의 흑인 팔렝케는 소멸되거나 인접지역과의 접촉을 통해 문화적 변용을 경험했으나, 팔렝케 데 산바실리오는 자기네 고유한 문화와 정체성을 유지하며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유일한 시마론 후손들의 공동체로 알려져 있다. 17세기 스페인은 노예 노동력을 바탕으로 토지개발에 주력했다. 그 결과 토지집중의 가속화와 함께 대농장 아시엔다가 형성됐다. 아시엔다에서는 노예
노동력을 바탕으로 사탕수수, 담배, 커피, 면화 등 수출용 상품작물이 재배됐다. 아시엔다가 발전함에 따라 도주한 노예도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