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간을 초월하는 바다로 나아가다: 셰익스피어의 <페리클레스> 공연평

Abstract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1607년작 『페리클레스』(Pericles)의 초기 공연사 기록은 당대에 이 극이 가졌던 폭발적인 대중성을 입증한다.1) 비록 오늘날 셰익스피어의 4대 로맨스를 이루는 다른 작품들[『태풍』(The Tempest), 『겨울이야기』(The Winters Tale), 『심벌린』 (Cymbeline)]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져 있기는 하나, 『페리클레스』는 엘리자베스-제임스 조 시대에 『리처드 3세』,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 등과 함께 가장 인기 있는 셰익스피 어 레퍼토리(Dunton-Downer 403)에 포함되었었다. 또한 이는 크롬웰의 청교도 정권 하에서 폐쇄됐던 극장이 20년 뒤 왕정복고기에 재 개장되었을 때, 가장 먼저 공연된 셰 익스피어 극 작품 중의 하나(Tompkins 315)였으나 18~20세기 동안 긴 공백기를 가지 고 최근에야 재조명을 받은 비운의 극이기도 하다. 『페리클레스』는 최근에야 비로소 한 국 초연의 빛을 보게 되었는데, 바로 근 20년 동안 셰익스피어 극을 전문으로 해온 극 단 화동 연우회가 2010년 12월 4일에서 12월 12일까지 이를 공연하였다. 이인수·박준 근 각색, 김광림 연출의 는 로맨스적 판타지와 사회비판적 사실주의의 결 합이라는 이중적 구조를 보여주었으며, 한국의 전통극적 요소와 셰익스피어적 공연 문 법의 융합을 통해 현대인에게 사랑과 재회, 그리고 재생의 주제를 표현하고자 시도하였 다. 공연 는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의 무대 규모를 잘 활용하였다. 무대의 높이는 앞 좌석 관객의 눈높이에 맞추어 낮은 편이었으나, 무대 안쪽은 여러 개의 깊은 층으로 이루어져 각 캐릭터의 등장/퇴장 장면에서 유용한 공간 활용을 유도하였다. 무 대는 액자 틀을 연상시키는 심플한 배경을 기본으로 하였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섬,그 리고 바다의 배경에 알맞게 입체적으로 활용되어, 무대의 다각적인 변신을 볼 수 있게 끔 해주었다. 무대 위에는 커튼 대신 원작의 영문명 Pericles, Prince of Tyre(티레의 왕자 페리클레스)을 기입한 커다란 지도가 막-장을 나누는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여러 형상 의 윤곽만을 이용한 이른바 실루엣 애니메이션(Silhouette Animation) 이 투사되는 스크린의 역할도 병행하였다. 시시각각 변하는 여러 배경들에 앞서 미리 해당 섬이나 도 시에 핀 조명을 비추어 관객을 배려한 것도 참신한 스크린 활용법에 속하였다. 각종 시 도들로 인해 이 커튼은 극의 보조 소품에 머물지 않고 역사적인 요소와 지리적인 요소 를 결합시켜 연극의 묘미를 더욱 살려주었으며, 드넓은 시공간을 아우르는 장면들의 틈 들을 메꾸어 긴 극의 흐름이 지루하지 않도록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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