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복합적이다. 이 글의 관심은 이 테제의 귀결을 추적해 보는 데 있다. 세계는 다양한 행위가능성들의 상하에서 볼 때 복합적인 것으로서, 언제나 우리의 체험을 넘어서는 어떤 것이다. 이때 복합성이란 복잡성과는 구별되어야 하는데, 후자가 고립된, 즉 절대적 관계의 과다를 의미한다면, 전자는 조직화 능력의 상관자로서, 관계의 다양성을 말한다. 복합성이 가능성의 통일성을 의미한다면, 체계(System)와 환경계(Umwelt) 사이에 성립하는 복합성의 차이때문에 체계는 자기유지를 위해서 복합성의 축소를 요구한다는 것이 체계이론의 기본적 테제의 하나이다. 체험과 행위의 가능성을 상회하는 세계의 복합성이라는 조건이 야기하는 귀결은 선택의 강제이다. 선택이란, 선택행위의 이면에서 보면 즉 부정적으로는 배제이기도 하다. 이 복합적인 세계에서 예컨대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친숙성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만약 이 세계에 대한 최소한도의 친숙성조차 없다면 우리는 아마 집밖으로 한발짝 나오려고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 복합성을 유의미한 방식으로 축소하여 조직화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의미"이다. 현상학적으로 의식은 지향적 구조를 특징으로 하는 것으로 기술된다. 의식은 "무엇에 대한 의식"이라는 이 지향적 구조는 두 가지 함축을 갖는데, 의식은 지향성의 무한한 계열을 이루고 체험의 흐름으로 나타나며 현전적 의식은 (시간적 계기를 내포한) 잠재적 의식의 지평으로부터 현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향적 구조는 사념하는 의식작용과 의식된 것 사이에 성립하는 관계이므로 사념하는 작용과 사념된 것의 통일성으로서의 의식작용에 주목하면 잠정적인 현재의 사고는 그 자체 다양한 가능성들로부터 선택된 것일 뿐만 아니라, 그것은 동시에 체험의 더 나아간 가능성들을 지시하고 있다. 의식철학적으로 고찰하여도, 의미구조는 그 기저에서부터 불안정성을 특징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