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위논문(석사) -- 서울대학교대학원 : 인문대학 고고미술사학과(미술사학전공), 2023. 2. 박정호.This thesis examines Décor: A Conquest by Marcel Broodthaers, an exhibition presented by Marcel Broodthaers (1924–1976) at the Institute of Contemporary Arts, London, in 1975. Consisting of two period rooms, one devoted to the nineteenth century and the other to the twentieth century, Décor: A Conquest displays weapons juxtaposed with furniture and decorative items. This thesis argues that Décor: A Conquest not only depicts the way the British commemorated the war in the nineteenth and twentieth centuries but also implies that the notion of historical reality is a mere illusion.
Décor: A Conquest addresses the significance of war relics in relation to war commemorations. The British enthusiastically collected war relics, believing that physical evidence of war could show them real war without any mediation. Weapons in Décor: A Conquest reflect this desire for a tangible past. Waterloo-style cannons amidst potted palms, candlesticks, and chairs in the nineteenth century room represent the relics that people brought home from the battlefield of Waterloo so as directly to connect with their glorious history. Firearms aligned in straight rows atop and inside vitrines in the twentieth century room resemble the war relics displayed in military museums that have been established by the British government to systematically collect and preserve such war relics.
Two features of weapon displays in Décor: A Conquest can be interpreted as a further investigation of the nature of history as well as commemorative activities. First, cannons and guns, the implements of war, are juxtaposed with objects of leisure. This juxtaposition reveals that warfare is often consumed as entertainment in the guise of commemoration. Second, the weapons in Décor: A Conquest are in fact film props that Broodthaers rented from prop warehouses. Along with fake weapons, Décor: A Conquest contains film objects, such as spotlights and a Western movie poster. Fake arms, presented as if they were war relics, put into question the myth of artifacts, the illusion of the immediate availability of historical reality. Moreover, the air of theatricality enhanced by film objects implies that, just like films or fiction, history is constructed.
The notion that history is constructed parallels Hayden Whites (1928–2018) point of view with regard to history and historiography. Remote from any type of positivism, Whites theory of historical narrative problematizes the boundary presumed to exist between history and fiction. Décor: A Conquest, as Whites theory does, leads the viewers to reconsider the perception and consumption of (war) history. Also noteworthy is that Décor: A Conquest, an exhibition that suggests history as fiction, is set in the format of fictional museum. While working on the Musée d'Art Moderne, Département des Aigles series (1968–1972), Broodthaers had developed the concept of a fictitious museum, raising a question about the reality and neutrality ordinary museums stage. As a military museum version of Musée dArt Moderne, Décor: A Conquest can be interpreted as a type of fiction designed to disclose the fictional nature of museums and history.
The title, Décor: A Conquest by Marcel Broodthaers, also relates to the theme of the exhibition. Décor, meaning interior decoration or film set, summarizes the theme of Décor: A Conquest. Conquest, often used as Conquest of Space in Broodthaers' writings and works, refers to not only the occupation of ICA but also his subversive conquest of the museum institution and the territory of history.
In sum, Décor: A Conquest explores the consumption and production of history, focusing particularly on war commemoration in Britain. Broodthaers, who conceived and organized the exhibition, can be thus considered an artist as historian.벨기에의 예술가 마르셀 브로타스(Marcel Broodthaers, 1924-1976)는 1975년에 런던 현대미술연구소(Institute of Contemporary Arts, 이하 ICA)에서 《데코: 마르셀 브로타스의 정복(Décor: A Conquest by Marcel Broodthaers)》(이하 《데코: 정복》)을 선보였다. 19세기 방과 20세기 방으로 나뉜 《데코: 정복》에는 대포와 각종 총기, 실내 장식품, 가구 등이 놓여 있었다. 이 글에서 필자는 《데코: 정복》이 19-20세기 영국 사람들의 전쟁 기념 방식과 픽션으로서의 역사를 보여 준다고 주장한다.
우선 《데코: 정복》에는 19-20세기 영국 사람들이 전쟁과 관련된 물건을 수집함으로써 전쟁을 기념하였던 양상이 반영되어 있다. 19세기 방에서 브로타스는 영국 사람들이 워털루 전투 유물을 일상적인 공간으로 가져와 워털루 전투를 기념했던 모습을 과장하여 보여 주었다. 또한 20세기 방에서 브로타스는 20세기 영국이 전쟁 유물을 체계적인 방법으로 관리 및 보존하기 위해 세웠던 각종 군사 박물관의 모습을 모방하여 무기를 전시하였다.
《데코: 정복》 속 무기 전시의 두 가지 특징은 전쟁 기념 활동의 이면을 드러내며 사람들이 기념하는 역사란 과연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게 만든다. 첫 번째 특징은 무기가 여가 용품과 병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전쟁과 여가 생활의 병치를 통해 브로타스는 전쟁을 기념하는 과정에서 전쟁을 엔터테인먼트로 소비하던 19-20세기 영국 사람들의 모습을 폭로하였다. 두 번째 특징은 《데코: 정복》에 전시된 무기들이 모두 영화 소품용 가짜 무기라는 점이다. 진짜 유물처럼 전시된 가짜 무기는 유물을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라 여겨졌던 있는 그대로의 과거에 의문을 제기한다. 영화 촬영장처럼 꾸며진 《데코: 정복》은 사람들이 오히려 영화와 같은 픽션을 통해 전쟁의 역사를 이해하고 기념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데코: 정복》이 역사에 대해 시사하는 바는 헤이든 화이트(Hayden White, 1928-2018)의 역사관과 맞닿아 있다. 실증주의적인 역사관을 비판하는 화이트의 서사 이론은 역사와 픽션 사이의 엄격한 구분을 문제삼는다. 화이트의 이론과 유사하게 《데코: 정복》은 역사가 픽션처럼 구성되는 것임을 보여 주며 역사 및 역사 서술에 대한 인식을 재고하게 만든다. 이렇듯 픽션으로서의 역사를 보여 주는 《데코: 정복》은 허구적인 박물관이라는 전시 형태를 취하고 있다. 《현대미술관, 독수리부(Musée dArt Moderne, Département des Aigles)》 시리즈에서 알 수 있듯 허구적인 박물관은 연출된 진실의 이면을 폭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데코: 정복》은 군사 박물관과 역사학이 표방하는 있는 그대로의 역사가 사실 픽션임을 밝히는 또 다른 종류의 픽션이다.
제목에 명시된 데코와 정복이라는 단어 역시 《데코: 정복》의 주제의식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실내 장식 혹은 영화 세트를 의미하는 데코는 《데코: 정복》의 시각적 특징과 주제를 요약적으로 전달한다. 또한 브로타스가 공간의 정복이라 풀어 쓰곤 했던 정복은 그가 영국의 전쟁 기념 방식과 역사의 픽션으로서의 본성을 드러내기 위해 전쟁 기념 공간 및 역사학 분과에 감행한 정복을 의미한다.
이처럼 《데코: 정복》에서 19-20세기 영국의 전쟁 기념 활동을 중심으로 역사가 기념‧소비‧구성되는 과정을 탐구한 브로타스는 역사가로서의 예술가였다.Ⅰ. 서론 1
Ⅱ. 유형(有形)의 과거 15
1. 워털루의 대포 15
2. 20세기의 총기와 군사 박물관 26
Ⅲ. 군사적인 엔터테인먼트 32
1. 전쟁과 여가: 구경거리로서의 전쟁 32
2. 가짜 무기: 픽션으로서의 전쟁 39
Ⅳ. 픽션으로서의 역사 48
1. 역사가로서의 예술가, 픽션으로서의 역사 48
2. 브로타스의 허구적인 박물관 55
3. 데코: 브로타스의 정복 61
Ⅴ. 결론 67
참고문헌 72
도판목록 84
도판 87
Abstract 109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