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사람들의 삶의 양식을 강제하는 사회적 수단이므로, 내용적인 차원에서 사람들의 삶에 대한 도덕적 평가나 가치판단을 내포하게 마련이다. 바람직한 삶에 대한 선호를 국가가 획일적으로 강제할 수는 없지만, 좋은 삶, 정의로운 사람에 대해 다수가 가지는 표상은 법으로 표현되지 않을 수 없다. 켈젠의 순수법학, 즉 실증적 법학 내지 과학으로서의 법학은 실정법을 기술할 뿐, 법에 대한 평가를 배제한다는 학문적 방법론을 대표하는데, 어떤 내용을 담은 법이든 법을 법 자체로서 분석하고 이해한다는 차원에서 그러한 방법론은 기초적일 뿐 아니라 유용한 면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법학이 법에 대한 가치평가를 배제하면서 영원한 평행선을 긋는 것으로 그 사명을 다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순수법학의 켈젠은 실천적으로도 그의 시대를 휩쓸다시피 한 맑스주의나 전체주의에 맞서 민주주의를 위해 열정적으로 싸웠다. 켈젠은 법학이 법에 관한 학문의 전부는 아니라 하였고 법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다른 학문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라 강조하였다. 그런 점에서 켈젠은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만큼이나 동시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의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관한 한, 켈젠의 언급은 단호하고 부정적이다. 다수결과 소수자 보호, 관용과 다양성의 존중 등 민주주의에 관한 그의 견해들을 감안하면 정의의 문제를 그토록 배제하고자 한 이유는 그가 이념적 투쟁의 시대 한 가운데에서 투쟁적으로 살아갔다는 것에서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불행하게도 오늘날 법을 배우는 사람들은 법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것이 법지식이라 생각하고, 그 사무를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진정으로 옳은가 하는 점에서 성찰하고 서로 논의해야 하는 필요성이나 이러한 문제를 제기하고 처리하는 방법이나 절차에 관해서는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태도가 켈젠에 의해 옹호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법률가들이 다루어야 하는 문제는 본성상 지식이라는 차원에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법은 올바른 삶이 무엇이고 또 그런 삶을 이끌어내기 위한 규칙으로서 무엇이 올바른 법인가 하는 문제에 관해 끊임없이 성찰해 볼 것을 요구한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에서 법률가를 법에 관한 전문기술자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면, 또 만약 법률가들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그 원인은 무엇일까? 해방 후 한국법학의 형성과 법에 대한 이해에 있어 지대한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법학자는 한스 켈젠인데, 켈젠의 진면모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정의의 문제에 대해 접근하게 된 것이 먼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이 글에서는 한국의 법학에 켈젠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특히 법률가로서 다루어야 하는 문제의 본성에 관해서 켈젠이 어떠한 시각을 제공하였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정의의 문제를 간단히 설명하고, 켈젠의 정의론에 대한 입장과 문제점에 대해 살펴보았다. 특히 켈젠의 입장은 서구에서 고전적 정의론의 대표격인 플라톤에 대한 공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런 이유로 서구에서 정의의 문제에 관한 오랜 전통이 시작된 지점에서, 특히 플라톤을 중심으로, 그 문제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고 또 법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들에게 정확히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을 말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우리 법학이 정의의 문제와 제대로 된, 그리고 상호 유익한 만남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을 기대해 본다.
It has been generally considered that any and all issues assigned to lawyers are so technical issues that efficient solutions can be obtained only from know-how based upon and derived from concise knowledge on various legal experiences. Not only attorneys practicing laws but jurists and legal scholars also seem to put the highest values on legal knowledge required in the practice of law and never try to reflect on the right way or procedures to raise and find solutions for legal issues. Uncritical and blind acceptance of legal knowledge by memorizing and following dogmatics and interpretation of laws in cases seems to be the easiest short-cut to success as a lawyer. However, the crucial points which need to be d8alt by lawyers are not to be solved in the level of legal knowledge. Constant reflections are required on the right way of life and the laws as instruments and regulations to derive such a way. Provided, however, if present Korean society has an understanding of lawyers just as professional technicians on laws or even lawyers themselves consider themselves as such, what can explain this? Answers to it can be found in the erroneous encounter between Korean legal profession and notion of justice since 1945. Hans Kelsen had a profound effect in the formation and understanding of Korean legal study such a long time from early days and his point of view on the issue of justice seems to have overshadowed in a negative way and still has a massive influence. This research aims at reflection on his overall influence on perspectives and legal values of lawyers in the study and practice of laws and on Korean legal study in general. For this, after general overview on the notion of justice, further research on the contents and drawbacks which are at issue of Kelsens value relativism will follows. In particular, Kelsens point of view seems to have a close relation to an academic attack on the Platos classic theory of justice. Accordingly, this research tries to reflect on what matters to lawyers in the practice and study of legal field and to suggest a proper point of view in dealing with legal issues originated from and indicated in classic notion of justice in western civilization focusing on Plato. Mutually beneficial and proper encounter between notion of justice and Korean legal field of study are expected therefr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