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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rangement of Gunung god and the Geopolitics of Jeju Shamanist Narrative Song: focus on Gunungbonpuri
무가와 무속신화는 그 노래와 이야기를 공유하는 집단의 정체성과 이념을 표현한다. 제주의 군웅본풀이에는 간단치 않은 지정학적 정체성이 표현되어 있다. 군웅본풀이는 제주굿의 제차에서 조상신본풀이에 앞서 구연된다. 군웅신은 일월조상의 한 형식이고, 일월조상은 집단의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따라서 군웅본풀이를 통해 제주 굿공동체의 지정학적 정체성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군웅본풀이는 군웅신의 종적 계보를 풀어낸다. 군웅신의 부계에 환웅제석이 오거나 박봉춘 본처럼 특별한 경우에는 고려 왕가를 상징하는 왕장군이 온다. 조부모계에는 천왕제석․지왕제석과 같은 불교의 영향을 받은 무교의 천지신이나 천궁대왕․옥계부인과 같은 도교의 영향을 받은 무교의 천신이 배치된다. 종적 계보화를 통해 제주 군웅신이 한반도의 신성 계보와 연속되어 있음을 드러낸다. 제주 굿공동체의 자의식, 혹은 강한 자부심의 표현이다. 이 과정에서 박봉춘 본 <군농본푸리>도 형성된다. 박봉춘 본을 통해 군웅본풀이 안으로 고려 태조 왕건의 건국신화가 수용됨으로써 작제건이 바다의 영웅이 되어 해양세력과 연합을 이루었듯이 왕장군이 동해용왕의 세력과 연합을 이루어 군웅신을 낳았다는 지정학적 서사가 만들어진다. 제주는 해외의 권력과 연합해야 안녕을 이룩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그것이다.
군웅본풀이의 지정학적 정체성은 군웅신의 횡적 계열화로도 표현된다. 한반도의 신성 계보 내에서 출현한 군웅신은 굿판의 요청에 따라 응신한다. 중국에서는 천자 혹은 황제군웅으로 놀고, 일본에서는 효자군웅으로 논다. 이런 군웅의 형상은 제주 굿공동체의 중국․일본에 대한 감정과 인식을 드러내고, 해외의 권력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대한 감정과 인식은 변상에 따라 다양하다. 우리나라가 역신군웅이라고 한 데서는 반중․반일의 감정과 인식을, 황자군웅이라고 한 데서는 자부심을, 대흥대비서대비라고 한 데서는 조선왕조의 권력과 제주 지배라는 현실적 권력에 대한 추인을 표현한다. 나아가 다양한 군웅신의 양태가 모두 군웅아방의 말자로 중이 된 군웅신의 변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데 이르면 군웅신의 정체성은 더 복잡해진다. 제주 굿공동체의 해외 삼국에 대한 감정과 관계 인식은 중층적이고 가변적이다.N
Etymology and Mythological Context of SIMBANG
제주도 심방은 함경도 무당을 부르는 명사인 호세미, 함경도 지역을 포함하여 퉁구스계 여러 민족이 공유하고 있는 샤먼(shman)과 연결되어 있다.
샤먼의 어근은 sam이다. 이 어근을 기준으로 삼으면 호세미는 호+삼(셈)+이로 분석된다. 호는 호(胡)이고, 이는 사람을 뜻하는 의존명사이므로 호사미 또는 호세미는 북쪽 퉁구스 지역에서 들어온 사미(세미), 곧 샤먼의 뜻이 된다. 호세미가 퉁구스 문화권에서 유입된 무당의 뜻을 지닌다면 세미는 본래 함경도에서 무당을 이르는 말이 된다. 이는 고구려 승려 아두삼마의 삼마, 삼마와 같은 말이라고 한 사미와도 같은 계열의 말이다. 한반도 북쪽에서 새롭게 들어온 무당, 혹은 불교의 사제를 함경도와 고구려·신라 지역, 즉 백두대간 동쪽에서는 세미/삼마/사미와 동일시하여 그렇게 지칭했다. 그렇다면 심방의 어근 심도 이 계열의 음가로 이해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샤먼의 어근인 삼에 접미사 방(房)을 붙이면 삼방이 된다. 함경도와 신라 지역에서 실제로 쓰인 세미/삼마/사미에 방이 붙으면 세미방/삼마방/사미방이 되고, 2음절로 축약되면 셈방이나 삼방이 될 수 있다. 현재 쓰이는 심방은 셈방이나 삼방이 제주에 정착한 말이고, 샤먼이 있는 집으로 샤먼 자신을 대칭한 표현법이다.
함흥 <황천혼시>의 주인공 사마동이와 제주 <사만이본풀이>의 사만이가 어근 사마(sama)를 공유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두 신화 주인공의 이름인 사마는 샤먼의 어근인 삼(sam)과 무관치 않다. 사마와 삼은 음가가 근사할 뿐만 아니라 사마동이나 사만이가 신화 안에서 수행하는 역할과 행위 또한 호세미나 심방과 흡사하다. 이들은 조실부모하여 거지가 된 고아, 단명을 타고난 불운아다. 백년해골 모시기와 액막이굿이 아니었다면 생존할 수 없는 인물들이다. 이들은 호세미와 심방의 입무담을 반영한 인물이다. 사마동이 신화 안에 호세미가 있고, 사만이본풀이 안에 심방이 있다. 무속제주도 심방은 함경도 무당을 부르는 명사인 호세미, 함경도 지역을 포함하여 퉁구스계 여러 민족이 공유하고 있는 샤먼(shman)과 연결되어 있다.
샤먼의 어근은 sam이다. 이 어근을 기준으로 삼으면 호세미는 호+삼(셈)+이로 분석된다. 호는 호(胡)이고, 이는 사람을 뜻하는 의존명사이므로 호사미 또는 호세미는 북쪽 퉁구스 지역에서 들어온 사미(세미), 곧 샤먼의 뜻이 된다. 호세미가 퉁구스 문화권에서 유입된 무당의 뜻을 지닌다면 세미는 본래 함경도에서 무당을 이르는 말이 된다. 이는 고구려 승려 아두삼마의 삼마, 삼마와 같은 말이라고 한 사미와도 같은 계열의 말이다. 한반도 북쪽에서 새롭게 들어온 무당, 혹은 불교의 사제를 함경도와 고구려·신라 지역, 즉 백두대간 동쪽에서는 세미/삼마/사미와 동일시하여 그렇게 지칭했다. 그렇다면 심방의 어근 심도 이 계열의 음가로 이해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샤먼의 어근인 삼에 접미사 방(房)을 붙이면 삼방이 된다. 함경도와 신라 지역에서 실제로 쓰인 세미/삼마/사미에 방이 붙으면 세미방/삼마방/사미방이 되고, 2음절로 축약되면 셈방이나 삼방이 될 수 있다. 현재 쓰이는 심방은 셈방이나 삼방이 제주에 정착한 말이고, 샤먼이 있는 집으로 샤먼 자신을 대칭한 표현법이다.
함흥 <황천혼시>의 주인공 사마동이와 제주 <사만이본풀이>의 사만이가 어근 사마(sama)를 공유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두 신화 주인공의 이름인 사마는 샤먼의 어근인 삼(sam)과 무관치 않다. 사마와 삼은 음가가 근사할 뿐만 아니라 사마동이나 사만이가 신화 안에서 수행하는 역할과 행위 또한 호세미나 심방과 흡사하다. 이들은 조실부모하여 거지가 된 고아, 단명을 타고난 불운아다. 백년해골 모시기와 액막이굿이 아니었다면 생존할 수 없는 인물들이다. 이들은 호세미와 심방의 입무담을 반영한 인물이다. 사마동이 신화 안에 호세미가 있고, 사만이본풀이 안에 심방이 있다. 무속신화의 사마동이·사만이는 호세미와 심방이 연관성이 있으며, 무당을 부르는 방언들이 모두 퉁구스 샤먼과 문화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좌증이다.
신화의 사마동이·사만이는 호세미와 심방이 연관성이 있으며, 무당을 부르는 방언들이 모두 퉁구스 샤먼과 문화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좌증이다.N
A Study on Animism Beyond Humanity in Animal Folklore
유무익에 따른 동물의 분류와 구조화는 인간 지성의 산물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비인간과의 관계 속에서 인류의 존속에 긴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므이꺼>의 천신 거쯔는 인간에 대한 태도에 따라 동(식)물을 분류한 뒤 무익은 저주하고 유익은 축복했다. 땅을 개간하지 말라는 우무러와의 금기도 인류 지성의 산물이다. 금기를 언어화하여 전승하는 행위가 공동체의 지속에 유익하기 때문이다. 사슴이 아이 셋을 낳을 때까지는 옷을 내어주지 말라는 금기를 발부했던 것은 그것이 남성 중심의 가족구성체를 이룩하는 데 긴요한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터부를 통해 공동체의 정체성을 보호하고, 분류와 구조화를 통해 인간을 비인간으로부터 분리하는 인간의 지성이 임계점에 이르면 구조를 재구조화하고 금기를 위반하는 일도 인류의 존속을 위해 불가피한 일이다. 이 불가피함에 대한 상상력이 <므이꺼>의 막내나 <목도령과 대홍수>의 목도령, <선녀와 나무꾼>의 나무꾼으로 하여금 들을 수 없는 동물의 목소리를 듣게 하고, <원천강본풀이>의 오늘이를 온 우주와 소통하게 한다. 이것이 인간-비인간이 물질성에서는 다르나 내면성은 공유하고 있다고 보는, 다시 말해 비인간-인간을 모두 사람으로 여기는 애니미즘의 우주론이다.
그런데 비인간-인간 사이에 소통이 이뤄지더라도 비인간을 사람으로 여기지 않고 인간중심적으로 인식하면 애니미즘은 실종된다. <므이꺼>의 천신 거쯔의 목소리는 인간적이고, <목도령과 대홍수>의 목신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동물의 언어를 알아듣는 민담의 주인공의 능력이 상호성을 잃고 인간의 발복을 향할 때 애니미즘은 미끄러진다. 주인공과 친밀감을 형성하고 있는 동물보은담의 동물은 인간의 시각으로 포획된 오이디푸스적 동물이다. 동물보은담이 은혜 갚은 개나 소와 같은 동물만 사람보다 낫다거나 사람 같다고 여기는 한 거기서 드러나는 것은 안티애니미즘의 우주론이다.
금세기 인류의 공안은 비인간과의 공존이다. 비인간과의 불화에서 촉발된 작금의 코로나 바이러스는 비인간-인간의 관계, 그 동일 지평에 있는 인류의 존속에 대해 심각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서구 발 근대 문명은 비인간 혹은 자연을 타자화했고, 타자의 목소리를 억압했다. 이 억압에의 욕망에서 초래된 기후위기, 그리고 바이러스의 창궐은 저 근대문명이 도구화한 타자들의 절규로 보인다. 저 비인간들의 절규에 화답하지 않는다면 홍수신화는 우리의 오래된 미래일 수 있다.N
A Study on the Ethnic Image of translated Korean Folk Tales in Early Modern Europe -focus on Koreas Twelvemonth Folk tale
1947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한국의 열두 달 이야기(Koreanische Monatsgeschichten) 가 출간된다. 한흥수는 독일어권에서 교수직을 수행할 수 있는 안정적 지위를 포기하고 북한으로 돌아가기 직전 이 책을 내놓았다. 서문에 따르면 그는 한국에 대해 더 알고 싶어 하는 유럽의 친구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가 알리고자 했던 바는 한국인들이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 효와 의리를 중시하는 민족, 고향을 사랑하고 약자를 도와주고 모든 사람을 공평하게 대하려는 마음을 지닌 민족, 단일 언어를 쓰는 단일 민족이라는 점이었다.
한흥수는 출간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어린 시절 할머니한테서 들었던 옛 이야기와 세시풍속에 대한 기억을 소환한다. 그런데 그의 소환 코드는 사회주의적 민족주의였다. 이 코드에 의해 세시 풍속과 관련 설화는 일종의 문화번역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 결과 기억은 변형되고 설화는 개작된다. 무수한 외침에도 희생과 단결을 통해 외적을 물리친 민족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과정에서 서동설화는 왜의 침략에 맞선 신라와 백제의 통일 이야기로 바뀐다. 절의를 중시하는 민족 이미지를 주조하기 위해 중국 춘주시대의 인물 개자추는 신라 충신이 되고, 백일홍 전설은 정절의 지키다 죽은 약혼녀의 이야기가 되고, 마의태자와 낙랑공주는 한 해 한번만 팥죽을 앞에 두고 만나는 관계가 된다. 평화민족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낙화암 전설은 평화로운 백제인들이 북쪽의 미개한 기마민족에게 유린당한 이야기로 변형되고, 은혜 갚은 꿩이 친 종소리는 새해의 도래와 채무변제를 알리는 희소식으로 대체된다.
한흥수의 설화 개작과 문화 번역은 2차 대전을 경험한 유럽인들에게, 일제의 식민지 상태를 막 벗어난 한국인들에 대한 긍정적 민족 이미지를 전해주기 위한 작업이었다. 동시에 신조선 건설에 복무하기 위해 조국으로 돌아가려고 했던 한흥수의 새로운 코리아에 대한 민족주의적 이상을 투사한 작업이기도 했다.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