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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극복의 과제와 한·일 학문
1995년 6월 일본에서 전후 50년 국회 결의를 한 데, (a) 세계의 근대사에 자주 있었던 식민지 지배 및 침략적 행위를 생각하고, (b) 우리나라가 과거에 행한 그런 행위 및 타국민 특히 아시아 제국민에게 끼친 고통을 인식하고, 깊은 반성의 뜻을 나타낸다는 말이 있다. (a)의 침략은 누가 했다는 말이 없으나, 그 주역은 유럽문명권 열강이다. (a)에서 말한 유럽 열강의 침략과 (b)에서 말한 일본의 침략은 어떤 관계에 있는가? 이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네 가지 견해가 있을 수 있다. (1) 유럽의 침략이 자랑스러운 일이었으니, 일본의 침략도 자랑스럽다. (2) 유럽의 침략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으니, 일본의 침략도 나무랄 수 없다. (3) 유럽의 침략은 어쨌든, 일본의 침략은 잘못되었다. (4) 유럽의 침략도 잘못되었고, 일본의 침략도 잘못되었다
대학 경영 혁신 방안
모든 사람은 맡은 일을 잘한다는 말을 듣고자 한다. 대학 총장은 존경받아 마땅한 선출직이므로 평가가 더욱 소중하다. 총장은 학식과 덕망을 갖추면 된다고 여기던 시대가 지나가고, 경영 능력을 문제 삼는다. 총장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잘 한다는 일을 셋 들고 살펴보자. 인화와 단결에 힘쓰면 잘 한다고 한다. 이것은 아무 일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기부금을 많이 모으면 잘한다고 한다. 이것은 누가 보아도 칭송할 만한 실적이지만, 새로운 재원으로 집을 더 잘 짓는 데나 쓰고 내실을 키우는 투자방법은 찾지 못하는 것이 예사이다. 교수 업적 심사를 엄격하게 해서 부적격자를 철저하게 배제하면 잘 한다고 한다. 이것은 반발을 무릅쓰고 결단을 내린 살신성인의 쾌거라고 할 수 있지만, 불량품을 힘써 가려내면 합격품의 품질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 대학 경영에서 판매 수익보다 생산성 향상이 더욱 긴요하다. 생산성 향상에서 연구를 잘하는 것이 으뜸이다. 연구 결과를 활용하는 교육은 그 다음의 과제이다. 건물의 외관을 잘 꾸미고 불량품 검사를 철저하게 하면 생산성이 향상된다고 하는 경영 방법이 있는가? 한국의 대학은 외관에서 세계 최상이다. 외화내빈을 키워 무얼 하는가? 이제는 내실에 힘써 생산력을 향상해야 한다. 대학 총장들의 경영 능력 점검이 일제히 요구되는 시기이다
동아시아 소설이 보여준 가부장(家父長)의 종말
다음 동아시아 소설 세 편은 가부장의 종말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다루었다.
(A) 일본 시마사키도손(島崎藤村)의 『이에(家)』(1912)
(B) 중국 바진(巴金)의 『지아(家)』(1931)
(C) 한국 염상섭의 『삼대(三代)』(1931)
이들 소설은 가부장의 죽음을 통해 전통사회에서 근대사회로의 역사적인 전환을 보여주었다. 그러면서 그 구체적인 양상은 나라에 따라서, 작가의 사고방식에 따라서 달랐다. 비교연구를 통해 그 양면을 해명했다. 그래서 얻은 결과가 동아시아 특유의 현상인지 보편적인 의미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비교의 범위를 넓혀 가부장의 죽음의 주제를 함께 다룬 서양소설도 함께 다루었다.
(D) 프랑스 로제 마르탱 뒤 가르(Martin du Gard)의 『티보가의 사람들(Les Thibault)』(1922-1936)
네 작품은 가부장의 죽음은 전통사회에서 근대사회로, 권위주의 가치관에서 민주적 가치관으로 전환하는 필연적인 과정이므로 멈추지도 지연시킬 수도 없다고 하는 점에서 의견이 일치했다. 그러면서 가부장의 구체적인 성격은 서로 달랐다. (A)농민의 지도자, (B)과거를 보아 특권을 얻은 신사(紳士), (C)금전으로 양반의 지위를 얻은 사람, (D)부유한 시민이 각기 그 사회의 전통적 가치의 수호자라고 했다.
가부장의 뒤를 잇는 후계자에는 순종형과 항거형이 있다. 가부장의 죽음을 순종형은 아쉬워하고, 항거형은 환영했다. (A)의 후계자는 순종형이다. (B)의 후계자는 항거형이다. (C)와 (D)에는 순종형 후계자와 항거형 후계자가 둘 다 있다.
(A)의 순종형 후계자는 서양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라져가는 일본의 전통을 계승하고자 했다. (B)의 항거형 후계자는 가부장의 전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양의 자유주의를 받아들였다. (C)에서는 다양한 후계자들이 빚어내는 서양의 자유주의, 공산주의, 보수주의 사이의 복잡한 갈등을 그렸다. (D)는 순종형 후계자의 우파 노선과 항거형 후계자의 좌파 노선 사이의 대립을 보여주었다
중국문학사 서술의 경과와 문제점
중국문학사는 일본문학사보다 그리 늦지 않게 19세말에 이미 두 가지나 나왔으나, 둘 다 저자가 일본인이었다. 그다음 것은 영국인의 저작이었다. 중국인이 스스로 중국문학사를 이룩하고, 문학사 이해의 주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1910년대부터 나타났으나, 그 범위를 정하고 서술의 기본 방향을 정하는 것부터 문제가 되었다. 몇 차례의 치열한 논란을 거쳐, 1930년에서 1940년대까지에 비로소 어느 정도의 규모를 갖춘 중국문학사가 마련되었지만 방대한 유산의 일부밖에 포괄하지 못했다. 필요한 자료를 두루 정리하는 기초작업을 거치지 못하고 널리 알려진 주요 작가나 작품 위주로 중국문학사를 서술하는 편법이 오늘날까지 시정되지 못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거질의 문학사를 마련하는 작업이 다른 어느 곳보다 중국에서 더욱 절실하게 요망된다 하겠는데, 그런 성과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