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빈의 「조선어학」 소고

역사는 과거에 속하며 따라서 불변의 기존질서를 형성한다는 것은 일면의 진리에 불과하다. 전통은 부단히 현재에 대해 작용하고 동시에 현재에 의해 재조정된다. 과학-좀더 일반적인 의미에서 학문은 새로운 발전이나 발견이 있을 때마다 과거에 대한 새로운 반성을 촉구하며, 새로운 역사적 조망을 요청한다. 이리하여 과거의 사실들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시도되고 새로운 평가가 이루어진다. 우리는 과학적 혁명이라고 불리우는 새로운 발견이나 발전이 있을때마다 새로운 교과서가 쓰여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때때로 과거에 대한 반성을 필요로하며 새로운 시야에서 과거를 재평가하지 않으면 아니 된다. 그런 의미에서 오랫 동안 절판되었던 박승빈의 「조선어학」의 사진복사판이 나오게 된 것을 요행이라고 생각한다. Chomsky의 변형이론이 등장한 이후 지난 십오륙년 동안 언어학은 괄목할만한 발전을 거듭해 왔으며, 우리말 연구도 그 영향과 자극으로 적지않은 진전이 있었다. 이 기회에 다시한번「조선어학」의 내용을 검토해 보는 것은 뜻있는 일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