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학의 접근법

행정학은 아직도 학문성이나 과학성이라는 견지에서 보아 정당과학으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이론부터가 사회행동론 • 인간행위론 • 조직론 등과 중복되어 독자적인 학문영역을 구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행정학 고유의 이론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주장되고, 또 이들 주장을 중심으로 학파가 형성되었다. 그리고 이론을 정립하기 위한 접근입장들이 시각을 달리하면서 행정현상을 분석하고 기술하며 설명하려고 노력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이 글은 행정학의 과학적 학문성을 보다 높혀 보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준비된 한 부분을 소개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행정현상을 보려는 접근입장에는 어떠한 것이 있으며, 이들 학문집단은 시기와 관심별로 어떻게 모여 활동하는 가(학파)를 알아보려는 극히 평면적인 서술이다. 즉 접근입장과 학파를 연결시키지는 못했다는 뜻이다. 먼저 행정학의 제접근입장을 소개하고 다음에 행정학의 제학파를 분류해 보기로 한다

지방의회선거와 한국민주주의

지자체의 실시와 선거를 통해 이 나라 민주주의를 정착시킬 수 있겠는가. 또는 민주화는 얼마나 가능한가? 이 물음에는 정도보다는 우선 방향에서 두 가지 전혀 상반된 답이 가능하다. 하나는 부정적인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긍정적인 것이다. 부정적인 것은 지방자치제를 실시하게 되어도 그 선거에서나 의회운영에서 우리가 기대하고 있는 민주제와 거리가 너무 멀어 민주화에 오히려 역행하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다. 첨언하면 이 선거는 엘리트끼리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자리매김의 요식행위에 불과하고 나아가 선거결과 정당들이 아무리 득표를 해도 결국 늘 승리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정당 즉 관료주의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이미 다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구성되는 지방의회가 새로이 진출하는 참신한 정치엘리트의 무대가 되어도 종래에 의회를 지배해 오던 관료적 운영양식이 불식되지 않는 한 민주의회가 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구조적으로 이미 체제가 그렇게 특징지워졌으니 새로운 피가 수혈되어도 고질병은 낫지 않고 더욱이 체질은 바뀌지 않는다. 거기에 정치의 나쁜 면만 보고 배운 신진들이 자리를 메우면 민주화의 도정이 열리기는커녕 닫혀 버리고 말 것이다. 한편 긍정적인 면이 없지 않을 것이다. 선거가 공명정대하고 적법하게 치러진다는 전제에서, 1) 전문성도 갖추고 자질이 우수한 젊은 엘리트들이 진출할 여지가 없지 않다. 2) 사회의 시민단체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임으로 그만큼 민주압력이 드세져 권력기관이 종래의 태도를 바꿀 것이다. 3) 국가차원에서만 공개되던 정무가 지역차원에서도 서서히 공개되기 시작하여 유권자는 나라/지역살림을 소상히 들여다 보게 될 것임으로 (지방의회의 행정사무감사 및 조사권 : 지방자치법 제36조) 민을 대하는 관의 태도가 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4) 재야단체 내지 소수 정당들이 지방의회에 진출하면 종래에 의사당 의회와 거리의 의회가 양분되어 정치적 불안감만 조장되던 정치풍토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 나아가 의회에 진출한 엘리트들이 차분히 논리적 대결을 하는 가운데 지정의 문제를 풀어 나가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5) 시민단체 중에는 지방정치와 행정에 보다 걸맞는 소비자, 여성유권자, 환경, 아동복지 등 여러 비판의식이 있는 사회단체의 정치참여현상이 두드러질 것이고 (정치화) 동시에 이들 사회 시민단체의 참여로 정치의 비정치화 현상도 수반될 것이다

행정문화

행정에 컴퓨터가 도입되어 부분적이나마 일선행정에서도 능률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지향되고 있는가 하면(음성군의 경우), 이웃 군(중원군)에서는 단비를 바라며 풍년을 비는 기풍제가 군수를 비롯한 군직원과 유지들에 의해 올려졌다(1981.5.28). 이 현대와 전통의 공존은 한국의 행정문화가 어떠한지를 단적으로 표현하는 실례이다. 고대 농경문화로부터 시작된 우리나라의 사회문화는 예로부터 불교, 유교, 도교등 외래종교의 영향을 깊히 받았으며, 최근세에 와서 일본과 영미의 영향을 받기 시작하였다. 순수민족이요, 순수문화를 지녔다고 하면서도, 나름대로 영글은 문화, 특히 행정문화를 지니지 못하고 있음은 거세게 파도쳤던 외래문화의 영향때문이었다고 하겠다. 사회 구석구석에, 그리고 행정의 각부서 • 각 계층에 이질문화가 아직도 숨쉬고 있는 것이다. 한국행정의 모습을 만들어낸 그 밑바닥 정수는 무엇인가? 그 행정의 실체를 보다 정확히 이해하기 위하여 이 장에서는 행정문화를 개념 • 이념 • 속성 • 실제의 제측면에서 서술해 보기로 한다. 우선 문화의 일반개념부터 접근해 가기로 한다

한국 민주화의 본질과 한계

이 논문은 한국 민주주의의 본질과 한계를 규명하기 위하여, 첫째 문화적 심리적 차원과 둘째 구조적 차원을 나누어 논의한 것이다. 먼저 문화적 심리적 차원에서는 경험적 자료를 토대로 분석해 본 결과 국민들은 자유와 평등을 추구하면서도 개인보다 국가를 앞세우는 국가주의적 성향이 있는가 하면, 동시에 권위주의적 의식도 강하고 집단주의 성향도 있어 한마디로 다원주의적 성격보다는 다원주의적 성격이 강하다는 것을 규명한다. 나아가 구조적으로도 제약이 있는 것은 정치엘리트 집단의 성격이나 국가기구의 구조적 성격이 민주화의 가능성을 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비정치기구로서의 국가기구도 정치민주화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서 한국민주주의의 본질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 국가기구 중에는 관료엘리트집단이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 못한다. 줄이면 1980년대 이후의 한국의 정치민주화 노력을 가속화시키려는 여러 의도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으로 민주화의 가능성이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고 하겠다.이 연구는 1990년도 문교부 학술진흥재단의 자유공모과제로 선택되어 그 기금으로 이루어진 것임

자유주의 발전이론에 관한 재고찰

이 글은 자본주의 발달 후기에 나타나는 비판적 증후를 혁명이 아닌 방법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자유주의 발전이론」의 일단을 소개한 것이다. 자유주의 발전이론의 현실적 타당성을 논의하기 위하여 그 한계를 분명히 하면서, 동시에 발전에 관해 다른 이념적 시각을 갖는 「보수주의 발전이론」과 「네오 마르크시스트 발전이론」에 관해서도 일별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논의는 이 나라의 발전이 어떤 이념적 시각에 기초한 이론으로 설명되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하고 현실적으로 적정한가를 염두에 두고 그 함의를 새겨보려고 하였다. 주로 레오나드 마인더의 「발전이론사」에 관한 논문에 의존하였으므로 이 글이 독창적이 아니며, 그렇다고 글 안에 담겼을지도 모를 흠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동시에 밝히고자 하는 것은 이 글은 『국가발전의 이론과 전략』이라는 또 다른 논문을 위해 이념적 시각론을 다져보는 시도의 일환이라는 점이다

근대화의 동인에 관한 소고

본논의는 근대화의 요인을 논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인간자원을 염두에 두고 이들의 심리적 소인을 분석함으로써 발전의 원인을 찾아 보려는 것이다. 논의의 대상은 「프로테스탄트의 윤리」에 관한 것이며 소위 「동기론」 즉 지위상실과 성취동기에 관한 이론이 중심된 접근입장이다. 프로테스탄트의 윤리는 자본주의 정신이나 성취지향 또는 근대성을 위한 노력이라는 정신과 통하며 근대화의 원인으로 이해되기에 알맞는 서구적 역동의 기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본논의에서는 근대화의 동인이라고 생각되는 서구의 정신적 기초로써의 프로테스탄트의 윤리, 지위상실, 성취동기, 신의 소명, 불안전상태등에 관하여 논술하는 것이 된다

사회과학연구방법론의 과학성 논고

사회과학을 연구하는 방법론이 과거의 전통주의를 지양하면서 이른바 행태주의적 입장을 견지하게 된 것은 흔히 알려진 일이다. 그 간에는 실증적, 이론적, 다기방법론적 및 후기행태론적 겨내에 따라 사실, 이론, 법칙등을 중요시하는 비중에 차이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행태주의적 학문경향이 풍미하면서 특히 가치와 사실간의 논쟁은 해답없는 불씨를 일구어 놓았고 학문세계에 활력소를 불어 넣어 주었다. 이른바 사회과학의 과학화를 위한 운동이 과학정신적 입장에서 우선 정립되어야 한다는 논의도 바로 이런 뜻에서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사회과학의 과학화는 말할 나위도 없이 과학철학에 대한 인식이 점고되면서 부터 시작된다. 과학철학은 한마디로 과학적 지식을 밝혀내려는 것으로 사획현상에 대한 인식론적 분석이 주축을 이룬다. 뒤에서 상론하겠지만 과학철학도 그 유형이 다양하여 일반적인 과학철학(philosophy of science)의 입장은 확률이론(theory of probability)이나 귀납논리(logic of induction)의 정립같이 대개 커다란 문제를 다루는 반면, 사회과학철학(philosophy of social science)의 입장은 범위를 더 좁혀서 한정된 문제를 방법론에 치중하여 다룬다

발전행정의 이념적 반성

새삼스럽게 「발전행정」에 관해 비관적인 안목을 가질 필요가 있는 것인가? 그것은 우선시기로 보아도 그럴만한 때가 족히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30~40년 동안의 공과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이념적 반성'이라는 이름으로 다시금 검토해 보고자 하는 것은 시간이 흐르고 그 기간동안 발전행정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 왔기 때문이다. 그것은 20세기 말엽을 향하면서 과학의 구실에 대한 회의가 일고, 동시에 「발전이론」이 모습을 달리하면서 새로운 의미로 전개되고 있으며, 이를 근거로 한 행정의 역할이 달라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과학의 구실에 대한 회의이자 반성은 실증주의에 입각한 결정론적 인과론의 한계와 과학적 방법만이 아니라 과학적 실천의 세계에 이르러 느끼는 과학의 재발식을 뜻하는 것이며, 발전이론에 대한 반성은 종래의 발전론이 선진 자본주의적 시각에서 성립 전개된 것이기 때문이 그 결과적 산물에 대한 부정적 해석과 더불어 고쳐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동시에 행정의 시대적 수요와 욕구조차 바뀌어가는 시대에 능률과 효과 지향의 발전행정을 그냥 그대로 방치해 둘수 있는가에 깊은 회의가 생기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과거의 틀속에서 안주하여 그린대로 역할이 인정되던 발전행정은 이념적으로나 이론적으로 깊은 회의의 심연에 빠져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관료제를 이해하기 위한 인식구조

한국관료제를 이해하는 인식구조는 지금까지 미국식 경험주의와 도구주의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사람과 기술 중심의 관료제를 상정하고 있으니까 그것은 당연한 논리이다. 그러나 그러한 논리가 서양과 같은 다원주의 사회에서는 타당할지 몰라도 한국 같은 단원사회에 적용하기에는 의문을 앞세울 수 밖에 없다. 한국의 관료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사회의 관계에 대한 바른 인식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이 관계에 관한 이해를 소홀히 해 왔을 뿐만 아니라 여러각도에서 조명해 보아야 할 것도 등한시 하였다. 이러한 관계를 제대로 인식하려면 다원주의적 시각이나 계급론적 시각으로 국가와 사회의 관계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여러 시각중에서 관료제에 관한 이해는 오히려 관리론적 시가깅 마땅하다고 판단되는 여러 근거를 제시하려는 것이 이 논문이다. 관리론적 시각에 따라 여러 논의를 편 가운데 민주주의도 자본주의도 달리 인식되는 계기를 찾으면서 결국 관료제를 바라보는 각도는 관리적인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논의를 편 것이다. 이 논의는 한국관료제를 정시하기 위한 인식론적 연찬의 출발이며, 동시에 행정현상과 정책현상을 국가론적 시각에서 조감해야 한다는 주장의 일단이다. 도구적 합리주의의 인식구도도 필요하겠지만 관료의 숲을 바라볼 수 있는 거시구조적 인식을 촉구하려는 것이다.본 연구는 1989년도 서울대학교 대학발전기금의 연구비지원에 의하여 이루어졌음

동남아의 정치와 행정

동남아를 알기 위하여는 세가지 기본요소에 관한 이해가 수반되어야 한다. 첫째는 인종적 요소이고, 둘째는 종교적 요소이며, 셋째는 오랜 식민통치 내지는 외세의 영향이 가져와 부식된 ?생적 요인이다. 우선 단일민족이 아니기 때문에 야기되는 국가의 동질성에 대한 도전은 적어도 정치와 행정적 측면의 경직을 초래하여 국가의 안위를 이러한 측면에서도 고려해야 하는 점은 색다르다. 다음은 종교의 사회에 대한 지배와 이를 간과하지 못하는 정치의 입자이다. 동남아의 각나라가 제각기 고유의 종교를 가지고 표현의 양식과 행동의 밀도를 달리하면서 정치에 대해 커다란 압력단체의 역할을 하는 것은 다른 지역국가의 사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 가운데서 유구한 세월동안 태양을 믿으면서도 태양으로부터 저주받아 고난의 역정을 답보해야 했던 잔인한 인내의 종교인 이슬람교가 특히 70년대 후반의 세계정치, 좁게는 서아시아의 정치를 혼돈의 와중으로 끌어들이고 있는데 동남아에서도 이로인한 갈등의 불씨가 잠자고 있을 뿐이다. 거기에다 길게는 삼세기 이상동안 서구의 식민통치, 아니면 개방된 문호의 틈으로 밀려든 외세가 사회의 동질성을 헤쳐놓아 이를 한 줄의 실로 꿰매는 통치의 고심이 다양한 인종적 요인이 가져다 주는 문제의 소인만큼 복잡하다는 사정도 우리가 지실하여야한다